유상증자는 주식수를 늘려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회사에 돈이 없어서 주식수를 늘려 그걸 주주들에게 돈 받고 파는,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엿' 같은 자금 조달 방식이었다.

참고도서: '이채원의 가치투자',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PER은 주가수익비율로,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다. 만약, 기업의 현재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이고 순이익이 100억이라면 PER은 10으로, 보통 시장에서는 PER 10 이하면 저평가라고 판단하는 편

PBR은 주가순자산비율로,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합계)으로 나눈 지표다. 만약, 기업의 현재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이고 순자산도 1,000억 원이라면 PBR은 1로, 보통 시장에서는 1 이하면 저평가라고 판단

'증권투자권유대행인' 자격증

내가 산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 보다 내가 사지 않은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 훨씬 더 가슴 아프다.

 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하며, 증자에는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돈 주고 사는 유상증자와 공짜로 나눠주는 무상증자가 있다.

 현재 주가에 총 주식 수를 곱하면 그 기업의 시가총액이 되는데, 무상증자의 경우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주들 입장에서는 전혀 변한 게 없는데도 주식 수가 늘어나 유동성이 풍부해진다는 이유로 시장에서는 호재로 인식되어 보통은 무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가 급등을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유상증자의 경우는 반대였다. 유상으로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주주들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주식 수 만큼 기준의 주가가 희석 될 수밖에 없어 시장에서는 악재로 여겼다.

 그때 알았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러 한강에 가는 게 아니었다. 한강에 오고 나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였다.

안전 마진,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운용에 관한 책

- 앨런 베넬로 등 3명 공저 '집중 투자', 김광진의 '지키는 투자', 커크 카자지안의 '가치투자를 말한다'

 인적 분할은 기업이 2개 혹은 그 이상으로 분리가 되면서 기존 기업의 주주들은 분할로 인해 새로 생기게 되는 기업의 주식을 일정 비율로 배분 받게 되는 방식으고, 이때 새로 신설된 기업은 인적 분할 이후 바로 주식 상장이 가능했다.

 앞으로 코스닥이 좀 오를 것 같은데 어떤 종목을 사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면 그냥 마음 편히 '코스닥 ETF'를 사면 된다. 반대로, 코스닥 지수가 떨어질 것 같으면 지수 하락 시 주가가 상승하게금 설계 된 '코스닥 인버스 ETF'를 사면 된다. 이렇듯, 우리나라 제도상으로는 개인이 상장 주식을 공매도 할 순 없지만, 인버스 ETF를 이용하면 사실상 공매도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종목들과는 달리 상장 폐지나 유상증자, 분식 회계, 횡령 등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데 있다.

재무제표

1)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2) ROE(자기자본이익률): 경영자가 기업에 투자된 자본금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지의 비율. 10% 이상.

3) 유동비율: 기업의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알아보는 비율. 200% 이상.

4) 부채비율: 타인 자본의 의존도를 나타내는 비율. 100% 이하.

5) 당좌비율: 유동부채 대비 당좌자신의 비중을 나타내는 비율. 100% 이상.

6) 유보율: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금을 사내에 얼마나 많이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200% 이상.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하나 재투자나 배당 없이 무작정 쌓아두지 않는지 주의.

7) PER: 1주당 순이익 비율. 10 이하 저평가.(업종별로 큰 차이. 해당 업종의 평균 PER과 비교)

8) PBR: 1주당 순자산 비율. 1 이하 저평가.(업종별로 큰 차이. 해당 업종의 평균 PBR과 비교)

9) 배당금: 1주당 배당금. 총 배당금 / 발행주식수.

10) 시가배당률: 현재 주가에 대한 1주당 배당금의 비율. 현재 주가 1만 원에 주당배당금이 500원이면 시가배당률은 5%. 보통 시중 금리 대비 시가배당률이 높으면 이상적.

11) 배당성향: 총 배당금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 당기순이익 100억에 현금 배당 20억이면 배당 성향은 20%임.

참고로 대부분 우량 기업의 현금흐름표

˙ 영업현금흐름(+) : 영업 활동, 이자, 배당금 수익 등에 따른 현금 유입.

˙ 투자현금흐름(-) : 시설 및 건물 매입, 또는 유가증권 및 투자상품 취득.

˙ 재무현금흐름(-) : 사채 및 차입금 상환, 배당금 지급.

인 경우가 많다.

 매수타이밍은 주가가 바닥에서 이미 20% 정도 올라 있을 때로, 대략 주봉 챠트상 5일 선이 20일 선 위로 뚫고 오를 때(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 시 매수)

 말 그대로 기계처름 분할 매수를 하는 건데, 예로, 주가가 상승을 했든 하락을 했든 상관없이 매주 금요일이나 매월 1일 등 미리 정해둔 날짜에 미리 정해둔 금액 만큼만 딱딱 매수를 하는거다. 적립식 펀드와 같은 원리(기계적 분할 매수)

(고점 대비 하락 시 매도)

1. 20% - 고점 대비 5% 하락 시.

2. 30% - 고점 대비 10% 하락 시.

3. 50% - 고점 대비 15% 하락 시.

4. 그 이상 - 고점 대비 20% 하락 시.

 예를 들어 1만 원에 매수한 종목의 주가가 1만 3,000원으로 30% 올랐다면 다시 10%가 하락해 1만 2,000원 밑으로 떨어졌을 때 매도에 들어가면 되는 거다. 대략 주봉 챠트상 5일 선이 20일 선 아래로 뚫고 내려갈 때가 그 때이다.

손절매는 단순히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손절매를 함으로써 손실은 최소화하는 동시에 다른 종목의 수익은 최대화 시키며 전체 수익률의 극대화를 이루도록 해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손절매 기준은 -10%다. 5%는 너무 적고, 15%까지 떨어지면 생각이 많아져서 안 된다. 무조건 10%다. 만약 분할 매수가 마무리 된 이후에 주가가 평균단가 보다 10% 이상 하락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손절매해야 한다. 보통의 투자자들이 손절매를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는 딱 하나, 한 종목당 투자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무조건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주식 투자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분산투자와 손절매, 이 두가지 만큼은 명심, 또 명심하시길 바란다.

TSA007 캐리어 락(직찍)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세상입니다.

우리 국민은 해외로, 외국인은 국내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 보다 큰아이 영어마을 체험을 보내려는데 캐리어가 있어야 된답니다.

아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쓰이는 영어를 익히려나 봅니다.

그래서 휴일에 온가족이 쇼핑에 나섰다가 마음에 드는 캐리어를 하나 샀습니다.

결제 후 점원으로부터 비밀번호 설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아빠, 엄마, 큰아이).

어쩐지 물 흐르듯이 하루 일과가 잘 마무리된다 했습니다만 집에 와서 씻고 거실에 나와 보니 난리가 났습니다.

바퀴 달린 새가방이 신기했던 둘째, 세째가 달려들자 큰아이가 제 것이라며 비밀번호를 걸려다가 그만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위 사진은 비밀번호 설정 전 지퍼 체결 상태에서 뻗어버린 상황입니다. ㅠㅠ

인터넷 검색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블로그에, 유튜*에 수도 없이 많은 해결법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최초 구입 후 정상적인 비밀번호 설정이 한 번이라도 이루어진 상태에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 해결법이었습니다.

빛을 비추고 틈을 확인하고 좌로 몇 번, 우로 몇 번 다 소용없었습니다. ㅠ

그래서...

밤잠을 설쳐가며 '000'부터 '999'까지 모든 조합을 시도해 보았습니다만 손톱만 빠질 뻔했지 꿈쩍도 안 했습니다.

매장에 전화를 걸어 봤습니다만

가져와도 자기들은 못 푼다며 A/S를 맡기면 2주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당장 내일 모레 아이에게 필요한데요.

공항으로 달려가 보려고도 생각도 해 봤습니다.

공항 직원이 들고 있는 만능키(출처 미상)

저 열쇠만 있으면 말이죠... ㅠ

새벽 같이 일어나 다시 세 자리수 다이얼을 조합해 보고 (한 번 할 때마다 셔터를 열어 봐야 하는데 이게 손톱을 빠지게 합니다 ㅠ)... 해 봐도 소용 없습니다.

식구들은 천하태평입니다.

내가 쓸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빠의 능력을 기대하다 포기한 걸까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인터넷 검색을 나섰습니다.

아무리 뒤져봐도 이미 본 영상들만 가득합니다.

한데... 우리 집의 경우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습니다.

대다수의 영상이 잘 걸어둔 비밀번호를 여행 갔다가 잊었을 때 푸는 방법이었습니다.

찝찝했죠.

우리 집은 그 경우가 아니니까.

사실 경우의 수를 다 대입해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애시당초 비밀번호를 건 적이 없었으니까요.

비밀번호를 건 적이 없다...

그럼에도 안 열린다...

<비밀의 구멍>

그때였습니다.

머릿속에서부터 한줄기 빛이 홱 지나갔습니다.

캐리어 락 아랫부분에 보면 아주 작은 구멍이 하나 있는데,

초기 비밀번호 설정 전에 구멍 안으로 뾰족한 물체를 집어넣어 눌러줍니다.

비밀번호 설정 후에 테스트할 때 보면 구멍 내 눌렸던 부분이 튀어나와야 되는데...

우리 집의 경우 큰아이가 지퍼 체결 상태에서 저 구멍을 눌렀고,

이어 둘째와 세째가 달려드는 바람에 다이얼을 돌려버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최대한 닦달하지 않고 당시 정황을 물어봤는데 큰아이는 진술(?) 과정에서

무언가 죄책감을 느꼈는지 주눅이 들어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습니다.

어쨌든

비밀의 구멍 내 깨알만한 버튼이 눌려진 것에 착안한 저는 캐리어 락 상단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두서너 번 내리쳤더니

툭!

비밀의 구멍 내 깨알 버튼이 눌려져 있다가 튀어나왔습니다.

최초에 구입한 상태가 된 것이죠.

"아빠, 만세!"

아이들이 환호했습니다.

"역시 너네 아빠야, 도대체 어떻게 했어?"

아내도 기뻐합니다.

차마 어떠어떠한 물건은 두들겨 패야한다는 옛말을 하지는 못하겠더군요.

이후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온 가족이 공유하는)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아들은 영어체험마을로 떠났습니다.

사진 출처 : 열린책들

요나스 요나손

"글쓰기는 순수한 행복이자 치료다."

"글쓰기에는 눈물이나 웃음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힘이 있다."

47세에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 15년간 스웨덴 일간지 기자로 일함. 이후 스웨덴 민영 방송사에서 미디어 컨설턴트겸 프로듀서로 일하다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둔 뒤 글쓰기에 몰두함.

"나의 꿈은 18살 때부터 항상 작가였지만, 다른 일들이 항상 내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마침내 책(글이겠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출처 : 중앙일보. 인터뷰 정아람 기자

 

나는 아직 작가의 '100세 노인', '101세 노인' 시리즈를 한 권도 읽지 않았다.

47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저 위에 강조한 말이 진정 가슴에 와 닿았다.

눈물이나 웃음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힘이 있는 글을 쓰는 삶이란 얼마나 멋진가!

 

- 그때 마치 그런 저를 위해 써준 것처럼 다가오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의 『유한계급론』 8장에서 가져왔습니다.

  "보수주의는 상층계급의 특징이기 때문에 품위가 있는 반면, 혁신은 하층계급의 현상이기 때문에 저속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사회적 혁신을 외면하게 만드는 그 본능적 반발과 비난의 가장 단순한 요소는 사물의 본질적 비속성(vulgarity)에 대한 이 관념인 것이다. (…)"

 

- 그러면 이제 공부의 다른 측면인 글쓰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쓰기는 뭐냐? 내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정보, 옳다고 믿는 생각,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글쓰기는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행위인 동시에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자 텍스트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과 감정도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 모든 것은 문자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겁니다.

 

-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자기 자신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와 생명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좌우합니다. 어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괴상한 편견이 있더군요. 풍부한 어휘를 구사해 논리적이고 실감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아요. 말을 잘하는 사람은 믿기 어렵다는 겁니다. 반면 지극히 단순한 어휘를 반복 사용하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렵도록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말하면 '간결어법'이라고 칭찬합니다. 생각이 얕고 감정이 메말라서 할 말도 적고 표현하는 능력도 없는 사람을 두고 '말이 적고 진중하다'고 하죠. 저는 이것이 일종의 '반지성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말 같잖은 말'이 통용되기까지 합니다.

 

- 어휘를 늘리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독서입니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모든 강연에서 저는 이것을 강조합니다. 『토지』『자유론』『코스모스』『사피엔스』『시민의 불복종』처럼 풍부하고 정확한 어휘와 명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한 책을 다섯번 열번 반복해서 즐기며 읽는 거예요. 읽고 잊고, 다시 읽고 잊고, 또 읽고 잊어버리고,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끝없이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자재를 끌어모으게 됩니다.

 

- 자식 기르는 부모로서 제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왜 있느냐?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주려고 자식이 있는 거랍니다. 공부를 잘하든 그렇지 않든 다 그렇다는군요. 고마운 분들이지요! 그렇습니다. 우선 이렇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고 해주어야 하는지 부모로서 고민해야 합니다. (…) 그건, 부모가 열심히 공부하면서 사는 겁니다. 아이들이 배우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우리가 너를 너무 늦게 낳은 탓에 오래 함께 살아줄 수가 없고, 그래서 너는 부모 없이 살아야 하는 시간이 길다. 미안하지만 열심히 좀 해야겠다. 살벌한 경쟁사회에 던져놓아서 더 미안한데, 별로 의미없어 보이는 내용이라고 해도 삼년만 꾹 참고 남들 하는 것처럼 공부하면 안 되겠니?"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고등학교 들어간 후로는 몰라보게 열심히 합니다.

 

- 인문학도들은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온갖 고전을 읽습니다. 지금도 지식인들이 청소년들한테 그런 책을 권하고 있죠.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칸트, 프로이트, 맑스, 니체, 뭐 그런 '위대한 철학자'들이 쓴 책 말입니다. 물론 이런 분들이 나름대로 인간과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여러 해답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명백한 한계가 있어요. 그 모든 대답이 관찰과 사색에서 나왔다는 것이죠. 그들은 인간이 '물질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관찰로 얻은 빈약한 정보를 토대로 인간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가설을 세웠다는 말입니다.

 

-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집니다. 전자계산기와 컴퓨터의 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주산을 배우는 것과 같으니까요. (…)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과학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모든 것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독서도 글쓰기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공부도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그 인생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수학 점수, 영어 점수를 따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알고 남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공존하는 인간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암울한가요? 암울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그런 감정을 떨칠 수가 없으니까요.

 

- 페미니스트들은 남녀가 역할을 바꾸는 놀이를 성평등 교육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변, 페미니스트는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존엄하다고 믿으며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질문하신 분은 어떤 체험을 하며 사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자녀 교육 때문에 질문하셨다면 학생부 기록을 의식하지 말고 자녀와 상의해서 다양한 삶을 체험할 기회를 주시라고 권합니다.

 

- 유시민의 《공감필법》

장용민의 소설 《불로의 인형》을 소개합니다.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치밀'과 '재미'입니다.

이전 《궁극의 아이란 소설의 저자입니다.

제가 읽은 소설 중 최고로 재미있었습니다.

 

 

"휴대 전화 한 대를 팔면 얼마가 남는 줄 아나? 팔만 원이야. 그 휴대 전화를 만들기 위해 무려 삼천 명이 매달려. 삼천 명이 밤잠도 안 자고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을 모두 쏟아붓는 거야. 그런데 이 종이 쪼가리 한 장에 수십억이라니."

***

"중국 전통 인형극인 괴뢰희에 사용했던 인형이 아닌가 싶어."

괴뢰희는 영희影戱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인형극 중 하나였다.

영희는 그림자를 이용한 인형극인 것에 반해 괴뢰희는 직접 조종하는 것으로, 막대를 이용해 움직이는 장두괴뢰杖頭傀儡와 실을 연결해 움직이는 현사괴뢰懸絲傀儡 등이 있다.

 "하지만 괴뢰희는 한나라 때가 시초라고 알려져 있잖아요."

 "자넨 고고학 공부할 때 기록에 없으면 실재하지 않는다고 배웠나?"

영감이 돋보기 너머로 힐끗 보며 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기록이라는 건 인류사라는 거대한 행성의 표피를 구성하는 작은 섬에 불과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라성 같은 기업 회장들의 그림을 감정해 주고 최고급 와인으로 입을 축이던 그가 싸구려 여인숙에서 정체 모를 여인의 교음을 듣고 있자니 엉뚱하게도 누군가의 명언이 떠올랐다.

 '인생은 3막이 고약하게 쓰인 조금 괜찮은 연극이다. 그리고 3막에서 주인공은 죽는다.'

누가 말했는지 떠오르진 않았지만 지금 가온에게 가장 와 닿는 문장이었다. 과연 내 연극에서 지금은 몇 번째 막일까. 만약 3막이라면 자신의 연극은 지독히 심통맞고 악의로 가득 찬 대본이 분명했다.

***

하지만 누구에게도 심장을 온전히 내준 적이 없었다. 그것은 어머니를 보면서 터득한 일종의 자기방어 시스템이었다. 어머니는 사랑 때문에 인생을 망쳤고 평생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의 문제점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얻게 된다 해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뿐더러 만약 심장을 내주고도 손에 넣지 못하면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쓴맛을 봐야만 했다. 그것은 상당한 고통과 부수적인 손실을 감당해야만 하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게다가 경험상, 얻는 이보다 얻지 못하는 이가 확률적으로 더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로 인해 생기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였다. 시간이 지나면 아물긴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흉터처럼 트라우마가 남았다.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감정의 과소모이자 인생의 낭비였다. 가온은 관계가 진전되어 미묘한 감정 반응이 일어나면 본능적으로 발을 뺐다. 덕분에 그의 심장은 온전히 그의 가슴속에서 뛰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석화되었다. 마치 햇빛을 보지 못해 생기를 잃어 가는 해바라기처럼. 가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인생에서 하나를 얻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내줘야만 하니까.

***

"고려 시대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기이」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네.

 '원양국의 공주 연화가 이저국 보국 왕자와 혼인을 맺는데 성대한 결혼식 중 대진국에서 온 진강이라는 자가 나무와 가죽으로 사람을 만들어 가무를 하게 했다.'

(중략)

하지만 분명한 건 진강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는 거야. 창애에게는 여섯 명의 제자가 있었다고 해. 염계, 현성, 석자촉, 수겸, 마운, 그리고 진강. 이 여섯 명의 제자들은 창애가 죽자 뿔뿔이 흩어져서 몇 명은 왜, 즉 일본으로, 또 몇은 한반도로 향했다고 전해져. (중략) 창애의 죽음 이후 창애의 인형을 나눠 갖고 흩어져. 진강은 그중 한반도로 향한 제자 중 한 명이야. 그러니까 『삼국유사』에 나오는 진강은 그의 후예로 인형극을 공연하던 집단을 지칭하는 거지. 곽독괴뢰란 한자어에서 꼭두각시란 말이 파생된 것도 이 시기야. 이렇게 일본과 한반도, 그리고 중국 본토로 흩어진 여섯 명의 제자들은 각기 스승에게 배운 기술을 전파하기 시작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인형극이었어. 그것이 지금까지 전해지면서 한중일의 전통 인형극이 된 거야."

***

그런데 같은 순간 서울 모퉁이의 한 사찰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삼천 배를 올리고 있었다. 증오라는 이름의 독을 촉에 잔뜩 바른 화살이 무지한 십 년 세월을 뚫고 도로 자신의 등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

결국 정영후는 휴대 전화를 덮고 말았다. 피붙이에게 닿지 못한 기계 뭉치가 숙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꾹 참고 있던 구름이 요의를 참지 못하고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네가 날 이해할 날이 올까……."

***

범인은 석동 혼자가 아니었다. 배후에 누가 있었다. 그는 이제껏 나타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었다. 사건은 항생제로 막을 수 없는 슈퍼바이러스처럼 무차별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었다.

***

"고조 씨. 누구 소개로 날 찾아오셨나?"

두툼한 눈두덩 사이로 바라보는 모습은 석탄과 당근이 꽂힌 눈사람을 연상시켰다.

***

그는 몸속에 감정을 식히는 냉동고가 들어 있는 듯 늘 수준 이상의 냉정을 유지했다.

***

거대한 조직 삼합회를 움직이는 보스는 키가 160센티미터도 안 되는 여인이었다. 원항적은 작지만 검고 윤기 있는 자갈처럼 단단했다. 무릎을 반듯하게 모으고 양손으로 찻잔을 받친 채 음미하던 그녀의 눈빛은 백만 년 동안 영하 수십 도 아래에서 성장한 빙산처럼 일말의 온기도 느낄 수 없었다.

 "보기보다 멍청하군, 정가온 씨."

오래된 감정이라는 장기를 제거한 듯 건조한 목소리였다.

***

 "우린 계약을 했습니다. 여섯 번째 인형에 관해 알아내겠다고."

에노모토가 집요하게 추궁했다. 그는 예의가 바르고 패션 감각이 뛰어난 거머리 같았다.

***

가온은 난류를 따라 이동하는 물고기 떼처럼 무리 지어 몰려가는 출근 인파 틈에서 자신을 쫓는 눈동자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시선을 주는 이는 없었다. 사람들은 오늘 벌어질 자신의 인생에 몰두한 채 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

사찰 입구에는 거대한 사천왕상이 양옆에 버티고 있었다. 비파를 연주하는 지국천왕과 칼을 빼 든 증장천왕이 눈을 부라리며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무마시가 늦둥이를 쓰다듬듯 빈 잔을 만지작거렸다.

 "넌 네가 알고 있는 지식이 우주를 다스리는 법칙 중 몇 퍼센트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인간이 얼마나 만물의 이치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가온은 대답할 수 없었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파먹는 작은 세포조차 어쩌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였다. 우주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작은 행성을 떠나는 것은 물론이고 열 길 물속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

"사람들은 급격하게 세상이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아. 특히 역사 같은 근본적인 것들이 그렇게 되는 건 더더욱 싫어하지. 내가 이걸 박물관에 기부를 한다 해도 역사학자나 정부는 공개하지 않을 거야. 이 중에는 들추고 싶지 않은 치부도 상당수 있거든. 역사는 태생부터 진실이 아니라 권력가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 주는 거야.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지. 이 많은 책들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진실일까. 10분의 1?"

 일리 있는 말이었다. 역사는 기록자의 관점과 이익을 위해 왜곡되고 있었다. 진실이라는 단어는 이제 진부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게 된 지 오래였다.

***

"담멸이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다……"

가온은 말을 잇지 못했다. 지각 한번 않고 쌓은 공교육 지식이 한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

"나무를 숨기는 덴 숲이 제일이고 사람을 숨기는 덴 시장통이 제일이지."

가온은 담멸이 토용 속에 인형을 숨겼을 거라고 추측했다. 인형을 감추는 데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

(중략) 이탈리아산 대리석이 번쩍이는 로비에는 잭슨 폴록의 〈넘버6〉가 걸려 있었다.

***

"정말 불로초 따위가 있으리라 생각진 않겠지?"

"왜 없다고 생각하지?"

 회장이 인형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물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까. 모든 건 수명을 다하면 사라지게 되어 있어. 심지어 하늘의 태양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그런데 약초 따위를 먹었다고 영원히 살 수 있을 리 없잖아."

***

노인이 건네준 건 권총이었다. 러시아제 토카레프 9밀리로 암시장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총이었다.

***

"일본은 몰락하고 있네. 예전의 단결력이나 '잇쇼켄메이一生懸命' 같은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야. 나는 그 정신을 다시 살리려는 것뿐일세. 그래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것뿐이야."

 그의 연륜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야망이 비로소 본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군요. 예전의 교만까지 되찾게 될까 봐.""옛 정신을 찾게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군요. 예전의 교만까지 되찾게 될까 봐."

***

 현고조고 간대부 창애지신위

창애의 신위였다. 이들은 변변한 벼슬도 없이 서복의 그늘 아래서 재능을 낭비해야 했던 창애를 위해 진나라 최고 품계인 '간대부'라는 직위를 붙이고있었다.

***

"약제 중 최고는 약제 자체가 아니라 약제를 오랜 기간에 걸쳐 섭생한 동물을 취하는 것이야. 동물의 몸 안에 약 성분이 체화되어 스스로 약 기운을 내뿜기 때문이지. 고로 약초를 정기적으로 섭생한 미물을 먹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이야."

***

로비에도 어김없이 시체들이 즐비했다. 정신 나간 듯 홍등이 제자리를 돌고 있었는데 총알 구멍에서 새어 나온 빛이 무도장의 미러볼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요염한 불빛을 받으며 폐허를 터벅터벅 걷던 가온은 한 주검 앞에 멈춰 섰다. 원항적이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분을 못 삭인 듯 누군가를 향해 총을 겨눈 채 죽어 있었다.

***

설아 역시 거침없이 가온을 맞았다. 두 사람은 세상의 멸망 한가운데 서 있는 유일한 인류처럼 격렬하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시간의 흐름을 포기하고 마비와도 같은 감정에 몸을 맡겼다.

***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러자 가온이 대답한다.

"영원이란 건 없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만큼 행복할 순 있어."

가온의 말에 설아가 다시 활짝 웃는다.

 

"불어봐."

저수지 앞에 바짝 차를 붙이게 한 뒤 놈에게 내가 말했다.

"뭘요?"

놈은 흘깃흘깃 나를 쳐다보는 품이 한 번 붙으면 승산이 있을지 없을지 재보는 것 같았다.

"네가 한 짓거리들의 실체 전부를."

 

"아~ 씨발, 진짜."

놈은 짜증난다는 듯이 머리를 핸들 중앙 부분에 쾅쾅 두 번 박았다.

"말했잖아요. 그냥 데려가서 방 구해 주고 한 번 하고 나온게 전부라고."

놈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넌 뭣때문에 잡혀왔지?"

"전 죄 없어요. 성매매 한 거 밖에."

"성매매한 것은 맞는데 강간은 한 적이 없다?"

"그렇죠."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줄도 몰랐다?"

"헐~ 그년 어딜 봐서 미성년잡니까."

"정신적 문제가 있는 줄도 몰랐다?"

"멀쩡하던데요."

"성인도 '가출했다'는 표현을 쓰나?"

"쓰죠, 당연히."

이미 범행에 이용한 차를 팔고 변호사까지 선임한 놈은 발뺌하기로 작정했나보다.

 

"왜 강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해도 돼냐니까 아무 말 없었고, 옷을 벗겨도 가만히 있었으니까요."

"반항이 없었으니까 강간이 아니다?"

"예, 그리고 방 구해주고 편의점 가서 먹을 거 사주고 돈도 줬어요."

"다음날 와서 또 하려고?"

"그러려고 했죠."

"그러니까 네 말은 성인여성과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한 것이다, 딱 한 번?"

"맞아요."

"그런데 피해자 말로는 방을 구하기 전에 산에서 이미 강간을 당했다던데?"

"예?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럼 전혀 엉뚱한 길에 네 차가 찍힌 CCTV는 뭐야?"

놈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 앞을 지나간거죠."

"피해자는 이미 강간을 한 번 당한 채로 걸음을 잘 걸을 수 없었다던데?"

"그런 것까진 저는 몰라요, 다리를 절었는지 말았는지."

 

"이 새끼!"

나는 놈의 뒷머리칼을 잡고 핸들 중앙에 머리를 찧었다.

"악!"

놈의 비명과 함께 시끄러운 경적이 울렸다.

쾅쾅쾅쾅

연속으로 네 번을 더 찧은 후 녀석의 머리를 들었다.

"말 다 했냐?"

"도대체 왜 그러는데요?"

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이마는 벌겋게 달아올랐다.

"너 나 알아 몰라?"

"몰라요."

 

이제 결정을 볼 때다.

"잘됐군, 사이드 풀어."

놈이 놀라며 물었다.

"왜, 왜요?"

 

그때였다. 놈이 오른손을 휘둘러 내 오른쪽 귀부위를 세차게 때림과 동시에 운전석의 문을 열었다.

정신이 아찔했지만(아! 머리에는 수트가 없다.) 나는 놈이 밖으로 도망가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놈의 후드티를 잡고 세차게 끌어당기자 놈은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조용히 문을 닫아."

놈의 머리를 핸들 아래 운전석 바닥에 닿을 정도로 짓누르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으으으~ 씨바~알"

울며 욕하며 놈이 차의 문을 닫았다.

 

차의 핸드브레이크를 풀며 내가 말했다.

"걔 있지? 네가 먹은 여자."

놈은 움찔하며 박힌 머리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아 손아귀 힘을 살짝 빼자 서서히 아주 느린 속도로 몸을 일으키더니 내 쪽을 바라봤다.

증오의 눈빛이 여실히 담겨 쏘아보는 것이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어 보였다.

 

"중 삼이다, 중 삼. 이 개새끼야."

 

나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내뱉은 뒤 오른손으로 놈의 머리를 잡아 정면으로 돌리고는 왼손으로 뒤통수를 사정없이 쳤다.

단 한 방에 전면유리까지 날아간 놈의 머리가 깨어진 유리에 박혔다.

조용히 조수석 문을 열고 나와 족적을 남기지 않으려 발끝으로 놈의 차를 힘차게 밀었다.

차는 저수지에 꿀럭꿀럭 기포를 내며 서서히 가라앉았다.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일주일 만에 저수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여자 앵커가 뉴스를 전했다.

"혐의를 부인해 오던 피의자가 사체로 발견됨에 따라 수사는 종결되었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단순사고사인지 아닌지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한 편, 물 속에서 발견된 피의자는 눈이 거의 신체 밖으로 돌출되고 혀가 나와 있는 등 이른바 '사천왕 현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 봐."
"..."

후배 형사는 노랑머리를 일단 돌려보낸 후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나에게 말했다.

"이 자식 성범죄 전력이 있는데요..."


챝녀를 꼬마차에 태운 '노란'놈은 방을 알아보러 가자며 대학가 원룸촌을 조금 도는 척하다 인적이 으슥한 도시 외곽으로 차를 몰았다.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의심스런 투로 챝녀가 말했다.
"방 구해 달라며."

사실 챝녀는 이른바 조건만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용돈과 사치품을 사기 위하여 친구들이 해봤다는 소문대로 '간단'이라는 글을 올리자 득달같이 사내들이 달려들었다. 첫 관계에서 번 돈으로 이곳저곳 돈을 썼으나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자 두 번 세 번 경험이 늘어갔다.
이번에도 엄마와 싸운 뒤 가출하여 지낼 곳이 없자 성관계를 조건으로 거처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었으나 이런 상황이 닥치니 점점 남자가 의심스럽고 무서워졌다.

이제는 단종되어 중고차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노란색 경차 한 대가 한적한 시골 산길로 접어들더니 한쪽으로 집채처럼 쌓여 있는 건초더미 옆에 멈춰섰다.

"먼 저 한 번 하자!"
놈이 노골적으로 말했다.
"무슨..."
챝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살며시 조수석 문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
놈이 콧방귀를 꼈다.
챝녀는 조수석 문을 열어보았으나 차가 워낙 건초더미 옆에 바짝 붙어 십센티미터 장도 밖에 틈이 생기지 않았다.

"씨발!"
챝녀가 욕을 뱉으며 미친사람처럼 차 문짝을 흔들었다.
그 순간 놈이 몸을 날려 그녀를 덮쳤다. 챝녀는 육중한 놈의 몸에 깔리자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잠시 후 허둥대던 놈의 손이 그녀의 바지 지퍼를 뜯어낼 듯 세차게 내리더니 팬티와 함께 무릎 아래까지 벗겼다. 그녀가 눈을 감자 철거덕 하더니 시트가 뒤로 넘어간 후 뒷자리까지 밀려났다. 이어 뜨거운 것이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메마른 그녀의 몸은 고통으로 신음했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고 노란 꼬마차는 풍랑을 만난 고깃배처럼 흔들렸다.

"뭐야, 너는?"
쪽방 같은 문방구 한켠에서 컴퓨터로 음란사이트를 기웃거리느라 밤이 깊어가는줄도 모르고 있던 노란놈은 내가 나타나자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뭐긴 손님이지."
나는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놈의 앞머리를 잡아 키보드에 내리찍었다. 물론 오늘은 수트를 입고 있다.

"!"
쿵하며 찍힌 넘의 머리에 키보드는 산산조각 났다.
", 왜 이러시는데요?"
순간 놈의 눈에 한없이 약자라는 듯한 비굴함이 묻어났다.
"조용히 밖으로 나가."
나는 우리나라 최저음의 배우 목소리를 흉내냈다.

이개월 정도 지난 터라 놈의 머리는 거의 탈색이 이루어져 이제 '노랑기'는 어렴풋하였으나 그의 얼굴 어디에서든 동정심을 유발할 만한 구석은 없었다.

허겁지겁 옷을 입고 대충 가게를 정리한 뒤 노란놈이 밖으로 나왔다.
"차는?"
내가 물었다. 물론 노랑색의 꼬마차를 말하는 것이다.
"팔았어요."

"?"

"일전에 내다 팔았어요, 재수없어서."
놈이 카악하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 재수가 없어?

나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일단 참기로 하고 다시 되물어 보았다.
"그럼 뚜벅이야?"
겁먹은 눈이 약간 풀린 듯 놈이 말했다.
"근데 차는 왜요?"

"왜긴, 그럼 여기서 죽을 거야?"

다시 공포스런 눈으로 변한 놈은 검은 민무늬 모자에 검은 마스크를 낀 내가 누구냐며 울먹거리더니 하는 수 없다는 듯 길건너 편에 주차된 빨강색 새 경차를 깨웠다.

"!"

- 이번엔 빨강이냐?

놈의 차에 올라타자 내가 말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저수지로 이동!"

놈은 코미디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씨부렁대며 차의 시동을 걸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놈은 화려한 원색을 좋아하는데 나는 올블랙이다. 놈은 범죄자인데 나는 경찰이다.
오늘 놈을 응징하려는 내 행위는 무엇인가. 또다른 범죄가 아닐까 싶어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 내 죄의 심판은 하늘나라 높이 계신 분이...


실로 아찔한 일이 벌어졌네요.

김영하의 《오직 두사람》에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단편소설이 실려 있어요.
카트에 태운 세살배기 남자아이를 대형마트에서 아내와 남편이 서로 믿다가 시야에서 놓쳐 버리는데요.


아내는 폐인이 되었고,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단지를 돌리는 등 가정이 몰락한 지 십여 년이 흐른 후 잃었던 아이를 찾게 되지만...

어제 제게도 이같은 일이 생길 뻔했네요. ㅠ
대형 쇼핑몰에서 키다리 광대가 아이들 줄을 세우고 풍선으로 각종 모양을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큰아이, 둘째아이와 줄을 서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1+1' 행사 중이라며 도넛을 사러 가겠다고 합니다.

그때 바로 앞에서 대열에서 벗어나던 중인 막내를 보고 아내에게 그랬지요, "아이 데리고 가라"고.

인파에 묻혀 그 뒤로 모습을 잃어버렸고, 십 분가량 시간이 흐른 뒤에 큰아이가 그럽니다.

"아빠, 저기… 엄마는?"

저 멀리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다른 아이들이 풀어놓은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막내가 혼자 놀고 있네요.

잠시 아연해져 할 말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달려갔어요.

막내는 첫째, 둘째와 달리 어디든 혼자 마구 다닙니다. 아이들은 보통 그렇게 돌아다니다가도 부모가 시야에서 벗어나면 울면서 찾아다니기 일쑤인데 우리 막내는 좀 특이합니다.

일단 부모를 찾거나 눈이 마주치면 달려오는 게 아니라 다시 멀리멀리 뒤도 보지 않고 달아납니다. ㅠ

이윽고 아내가 도넛을 사서 돌아오네요.

"당신이 안고 있지 않았어요?"

 

나른한 일요일 오후, 이제 집에서 책이나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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