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용품 판매점에 방문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님들로 북적인다. 대여섯 명으로 보이는 한 가족이 이 모자 저 모자를 번갈아가며 썼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그중 딸로도 보이고 엄마로도 보이는 여자가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나쁘지 않아"라고 외친다.

이어서 아이의 머리에 쓴 모자를 보고 다시 "나쁘지 않네"라 하더니 어르신으로 보이는 노인에게도 모자를 씌우고는 옆사람에게 "나쁘지 않지? 응. 나쁘지 않아"를 반복한다.

나는 순간 그 여자를 해외 유학파로 생각했다.

'나쁘지 않다'는 것은 '좋다'는 뜻의 영어식 표현 'not bad'이잖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 또다시 큰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너~~무 괜찮다"

오늘 무슨 날인가보다.

'너무'는 부정어와 결합하는 단어다.

좋을 경우 '정말 좋다'거나 '진짜 좋다'라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런 와중에도 '나쁘지 않은' 여자와 '너무 좋은' 남자가 "나쁘지 않지?"와 "너무 좋지 않냐?"를 남발한다.

나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고 너무 좋을 수도 있는' 모자를 내려놓고 조용히 매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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