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나는 완벽하게 혼자가 되어야 한다. 얼마 전 집 안에 작업실을 만들었는데 이제껏 살면서 문이 달린 방, 아니 그냥 방을 가져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거실 한구석을 내 작업실로 썼다. 칸막이를 세웠지만 꼬맹이들이 칸막이를 돌아 들어와 간식을 달라고 졸라대곤 했다. 나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에만 글을 쓸 수 있었다.

첫 번째 책이 잘 안 팔려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길 수가 없었던 탓에 나는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돌보며 글을 써야 했다.

남편이 유아용 안전문을 이용해서 간이 작업실을 만들어주었는데, 작업실이라기보다는 새장 같았다. 그 덕에 아이가 컴퓨터 전선을 뽑는 일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안전문 너머로 내게 물건을 던지곤 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책을 완성했고, 책을 팔아 번 돈으로 보모를 고용할 여유가 생기자 나는 다시 낮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 새러 그루언(sara gruen)

매러디스 매런, 《잘 쓰려고 하지 마라, 생각의길

 

글쟁이가 되고 싶어 매일 글을 써보기로 했어요.

오늘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려 하였으나 같은 방을 쓰는 취학한 지 4일된 딸이 너무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다섯 줄을 넘기지 못했네요.

"아~ 나도 해보고 싶다."

부시시 잠에서 깨어난 딸은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 않아 어둑한 방 한가운데서 환하게 빛을 내던 노트북을 보고 달려듭니다.

키보드의 각종 '키'들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엔터'·'백스페이스' 등 여러 키들을 눌러보더니 신기한 듯 제 이름 석 자를 쳐보려는 순간, 끼익 소리를 내며 막내아들이 나타나요. 장난감도 이런 장난감이 없다는 표정으로.

딸은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 가족'을 써보려 하나 버거운 모양인데 거기에 달려든 막내가 아무 키나 막 눌러댑니다.

막내의 손을 뿌리치던 딸은 슬슬 짜증이 올라오는지 표정이 좋지 않더니 아빠가 "이제 덮자"고 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네요.

아~ 아침에 운동도 포기하고 달려든 글쓰기인데 또 이렇게 '인류사에 남을 명작'이 날아가네요. ㅋㅋ

 

일요일에 낮잠을 잔 탓인지 우리 아이들(아들-딸-아들) 오늘따라  잠이 없네요. 큰녀석이 초저녁부터 '개콘' 타령을 하더니 아빠의 시청 금지 선언을 듣고는 둘째를 데리고 제방에서 '포켓몬'(카드) 놀이를 합니다. 집이 작다보니 둘째 아이(딸)와 큰방에서 자는데 밤 10시 넘었는데도 오지 않네요.

이윽고 딸이 자러 왔는데 노트북을 보고 "나도 이거 하고 싶다"며 관심을 드러냅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은 이미 한글을 다 떼고 영어책도 한 권 정도 외웁니다. '아빠도 책 읽고 있으니 너도 책 읽다 자라'고 한마디 했더니 읽어 달랍니다. 

책장에서 《꼬마돼지》를 가져오더니 "아빠랑 한쪽씩 읽자"며 제가 먼저 읽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룰을 정해놓고 읽다보면 어느 한쪽에는 글 없이 그림만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에는 제게만 '글밥'이 많다고 짜증을 부리더니 이제 또박또박 곧잘 읽어내네요.

 

 

'진흙탕'을 좋아하는 꼬마돼지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 책 말미에 있는 도서 안내문도 번갈아가며 읽어봅니다. 그러고보니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딸이 혼자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제 곧 아빠와 함께 책을 읽으려하지 않을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잠보 딸이 자려나보다 하는데 한권의 책을 더 가져오네요.(가장 가까운 거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진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엔 《호두까기 인형》을 가져왔네요. 딸이 먼저 제목과 지은이·그린이 등을 읽습니다. "원작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순간 놀랐네요, 저는 이 책 저자의 풀네임을 처음 들었거든요.

 

 

호두까기 인형이 사실 '과자 나라 왕자'였다는 부분에 다다랐을 땝니다. 갑자기 "아, 맛있겠다"를 연발하더니 곧이을 내용에 대해서 장광설을 늘어놓네요. '못 생긴' 호두까기 인형이 되었다는데 유독 '못 생긴'에 액센트를 주는데 숫제 스포일러네요. 아마 하도 유명한 이야기라 유치원에서 TV 동화 등으로 많이 접했던가 봅니다. 책 내용이 부실하다 싶으니 아빠에게 제 지식을 알려주려 애를 쓴거죠.

딸은 천장을 보고 바로 눕더니 어느새 잠에 빠졌어요.

이렇게 '평창올림픽' 폐회식이 있던 날 밤도 깊어가네요.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같이 꿈나라로 갑니다.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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