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A007 캐리어 락(직찍)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세상입니다.

우리 국민은 해외로, 외국인은 국내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 보다 큰아이 영어마을 체험을 보내려는데 캐리어가 있어야 된답니다.

아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쓰이는 영어를 익히려나 봅니다.

그래서 휴일에 온가족이 쇼핑에 나섰다가 마음에 드는 캐리어를 하나 샀습니다.

결제 후 점원으로부터 비밀번호 설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아빠, 엄마, 큰아이).

어쩐지 물 흐르듯이 하루 일과가 잘 마무리된다 했습니다만 집에 와서 씻고 거실에 나와 보니 난리가 났습니다.

바퀴 달린 새가방이 신기했던 둘째, 세째가 달려들자 큰아이가 제 것이라며 비밀번호를 걸려다가 그만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위 사진은 비밀번호 설정 전 지퍼 체결 상태에서 뻗어버린 상황입니다. ㅠㅠ

인터넷 검색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블로그에, 유튜*에 수도 없이 많은 해결법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최초 구입 후 정상적인 비밀번호 설정이 한 번이라도 이루어진 상태에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 해결법이었습니다.

빛을 비추고 틈을 확인하고 좌로 몇 번, 우로 몇 번 다 소용없었습니다. ㅠ

그래서...

밤잠을 설쳐가며 '000'부터 '999'까지 모든 조합을 시도해 보았습니다만 손톱만 빠질 뻔했지 꿈쩍도 안 했습니다.

매장에 전화를 걸어 봤습니다만

가져와도 자기들은 못 푼다며 A/S를 맡기면 2주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당장 내일 모레 아이에게 필요한데요.

공항으로 달려가 보려고도 생각도 해 봤습니다.

공항 직원이 들고 있는 만능키(출처 미상)

저 열쇠만 있으면 말이죠... ㅠ

새벽 같이 일어나 다시 세 자리수 다이얼을 조합해 보고 (한 번 할 때마다 셔터를 열어 봐야 하는데 이게 손톱을 빠지게 합니다 ㅠ)... 해 봐도 소용 없습니다.

식구들은 천하태평입니다.

내가 쓸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빠의 능력을 기대하다 포기한 걸까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인터넷 검색을 나섰습니다.

아무리 뒤져봐도 이미 본 영상들만 가득합니다.

한데... 우리 집의 경우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습니다.

대다수의 영상이 잘 걸어둔 비밀번호를 여행 갔다가 잊었을 때 푸는 방법이었습니다.

찝찝했죠.

우리 집은 그 경우가 아니니까.

사실 경우의 수를 다 대입해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애시당초 비밀번호를 건 적이 없었으니까요.

비밀번호를 건 적이 없다...

그럼에도 안 열린다...

<비밀의 구멍>

그때였습니다.

머릿속에서부터 한줄기 빛이 홱 지나갔습니다.

캐리어 락 아랫부분에 보면 아주 작은 구멍이 하나 있는데,

초기 비밀번호 설정 전에 구멍 안으로 뾰족한 물체를 집어넣어 눌러줍니다.

비밀번호 설정 후에 테스트할 때 보면 구멍 내 눌렸던 부분이 튀어나와야 되는데...

우리 집의 경우 큰아이가 지퍼 체결 상태에서 저 구멍을 눌렀고,

이어 둘째와 세째가 달려드는 바람에 다이얼을 돌려버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최대한 닦달하지 않고 당시 정황을 물어봤는데 큰아이는 진술(?) 과정에서

무언가 죄책감을 느꼈는지 주눅이 들어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습니다.

어쨌든

비밀의 구멍 내 깨알만한 버튼이 눌려진 것에 착안한 저는 캐리어 락 상단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두서너 번 내리쳤더니

툭!

비밀의 구멍 내 깨알 버튼이 눌려져 있다가 튀어나왔습니다.

최초에 구입한 상태가 된 것이죠.

"아빠, 만세!"

아이들이 환호했습니다.

"역시 너네 아빠야, 도대체 어떻게 했어?"

아내도 기뻐합니다.

차마 어떠어떠한 물건은 두들겨 패야한다는 옛말을 하지는 못하겠더군요.

이후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온 가족이 공유하는)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아들은 영어체험마을로 떠났습니다.

사진 출처 : 열린책들

요나스 요나손

"글쓰기는 순수한 행복이자 치료다."

"글쓰기에는 눈물이나 웃음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힘이 있다."

47세에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 15년간 스웨덴 일간지 기자로 일함. 이후 스웨덴 민영 방송사에서 미디어 컨설턴트겸 프로듀서로 일하다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둔 뒤 글쓰기에 몰두함.

"나의 꿈은 18살 때부터 항상 작가였지만, 다른 일들이 항상 내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마침내 책(글이겠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출처 : 중앙일보. 인터뷰 정아람 기자

 

나는 아직 작가의 '100세 노인', '101세 노인' 시리즈를 한 권도 읽지 않았다.

47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저 위에 강조한 말이 진정 가슴에 와 닿았다.

눈물이나 웃음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힘이 있는 글을 쓰는 삶이란 얼마나 멋진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