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아찔한 일이 벌어졌네요.

김영하의 《오직 두사람》에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단편소설이 실려 있어요.
카트에 태운 세살배기 남자아이를 대형마트에서 아내와 남편이 서로 믿다가 시야에서 놓쳐 버리는데요.


아내는 폐인이 되었고,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단지를 돌리는 등 가정이 몰락한 지 십여 년이 흐른 후 잃었던 아이를 찾게 되지만...

어제 제게도 이같은 일이 생길 뻔했네요. ㅠ
대형 쇼핑몰에서 키다리 광대가 아이들 줄을 세우고 풍선으로 각종 모양을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큰아이, 둘째아이와 줄을 서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1+1' 행사 중이라며 도넛을 사러 가겠다고 합니다.

그때 바로 앞에서 대열에서 벗어나던 중인 막내를 보고 아내에게 그랬지요, "아이 데리고 가라"고.

인파에 묻혀 그 뒤로 모습을 잃어버렸고, 십 분가량 시간이 흐른 뒤에 큰아이가 그럽니다.

"아빠, 저기… 엄마는?"

저 멀리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다른 아이들이 풀어놓은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막내가 혼자 놀고 있네요.

잠시 아연해져 할 말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달려갔어요.

막내는 첫째, 둘째와 달리 어디든 혼자 마구 다닙니다. 아이들은 보통 그렇게 돌아다니다가도 부모가 시야에서 벗어나면 울면서 찾아다니기 일쑤인데 우리 막내는 좀 특이합니다.

일단 부모를 찾거나 눈이 마주치면 달려오는 게 아니라 다시 멀리멀리 뒤도 보지 않고 달아납니다. ㅠ

이윽고 아내가 도넛을 사서 돌아오네요.

"당신이 안고 있지 않았어요?"

 

나른한 일요일 오후, 이제 집에서 책이나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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