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낮잠을 잔 탓인지 우리 아이들(아들-딸-아들) 오늘따라  잠이 없네요. 큰녀석이 초저녁부터 '개콘' 타령을 하더니 아빠의 시청 금지 선언을 듣고는 둘째를 데리고 제방에서 '포켓몬'(카드) 놀이를 합니다. 집이 작다보니 둘째 아이(딸)와 큰방에서 자는데 밤 10시 넘었는데도 오지 않네요.

이윽고 딸이 자러 왔는데 노트북을 보고 "나도 이거 하고 싶다"며 관심을 드러냅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은 이미 한글을 다 떼고 영어책도 한 권 정도 외웁니다. '아빠도 책 읽고 있으니 너도 책 읽다 자라'고 한마디 했더니 읽어 달랍니다. 

책장에서 《꼬마돼지》를 가져오더니 "아빠랑 한쪽씩 읽자"며 제가 먼저 읽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룰을 정해놓고 읽다보면 어느 한쪽에는 글 없이 그림만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에는 제게만 '글밥'이 많다고 짜증을 부리더니 이제 또박또박 곧잘 읽어내네요.

 

 

'진흙탕'을 좋아하는 꼬마돼지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 책 말미에 있는 도서 안내문도 번갈아가며 읽어봅니다. 그러고보니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딸이 혼자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제 곧 아빠와 함께 책을 읽으려하지 않을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잠보 딸이 자려나보다 하는데 한권의 책을 더 가져오네요.(가장 가까운 거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진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엔 《호두까기 인형》을 가져왔네요. 딸이 먼저 제목과 지은이·그린이 등을 읽습니다. "원작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순간 놀랐네요, 저는 이 책 저자의 풀네임을 처음 들었거든요.

 

 

호두까기 인형이 사실 '과자 나라 왕자'였다는 부분에 다다랐을 땝니다. 갑자기 "아, 맛있겠다"를 연발하더니 곧이을 내용에 대해서 장광설을 늘어놓네요. '못 생긴' 호두까기 인형이 되었다는데 유독 '못 생긴'에 액센트를 주는데 숫제 스포일러네요. 아마 하도 유명한 이야기라 유치원에서 TV 동화 등으로 많이 접했던가 봅니다. 책 내용이 부실하다 싶으니 아빠에게 제 지식을 알려주려 애를 쓴거죠.

딸은 천장을 보고 바로 눕더니 어느새 잠에 빠졌어요.

이렇게 '평창올림픽' 폐회식이 있던 날 밤도 깊어가네요.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같이 꿈나라로 갑니다.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 

 

김민식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다 묵혀둔 블로그가 떠올랐어요. 2008년 개설 후 여지껏 버티고 있던 글 같지 않은 글 3개를 지우고 블로그 스킨을 갈아입혔네요.

목표는 '매일 블로깅'입니다. 사실 그간 수많은 방법으로 사이버 세상에 돼먹지 않은 글들을 올렸건만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를 알리기보다 익명의 그늘 뒤로 한발짝 숨는 버릇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이제 시원하게 날아보려 해봅니다.

요조의 '에구구구' 검색하다 티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참신하다.

초대해 준 marihuana_(log.marihuana.kr)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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